피트니스센터에서 쇠질(!)을 하다 오랜만에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를 틀었다. 이어폰을 타고 경쾌한 펑크 사운드와 보컬의 거친 음성이 귓속을 후벼댔다. 나는 폭도들을 따라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 4분간의 행진이 끝나고 다음 곡이 재생되었다. 다음 곡은 줄지어 나와야 할 거친 펑크 사운드가 아닌 비교적 차분한 음악이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이질감에 곡의 제목을 확인했다. 동일한 앨범의 수록곡인 <너 자신을 알라>였다. 나는 노브레인의 의외로 차분한 모습에 놀라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가사를 보며 음악을 감상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가사 한줄 한줄이 다트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현재 내 모습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기에 그랬다.

 

화려한 저들의 인생이 부러운가

그대 모습 거부하지 말라

너의 정의를 알라

너의 주체를 인식하라 충실하라

그대 모습 거부하지 말라

너 자신을 스스로 지켜라」 _노브레인 <너 자신을 알라> 중에서

 나는 176.4cm(소수점까지도 소중한 내 키!)에 71kg이 나간다. 숫자만 보면 조금 멸치겠구나 싶은데 실제로는 더 왜소해 보인다. 선천적으로 하체보다 상체가 작고 어깨가 좁기에 그렇다. 과거, 복싱을 할 때는 못 느꼈었는데 요즘 피트니스센터에 가보면 운동하는 모든 사람이 나보다 더 몸이 좋아 보인다. 다들 소위 어깨 깡패에다 우람한 가슴을 내밀고 다니기에 소심한 나는 기가 죽곤 한다. 어떨 때는 프리웨이트를 하고 싶지만 사람이 많아서 포기한 적도 있었다. 프리웨이트 존에 있는 그들을 힐끔거리며 애꿎은 머신들만 만지작거리며 말이다. 나는 어깡에 왕가슴의 그 남정네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너 자신을 알라>를 듣다 보니 부러운 건 부러운 거지만, 부끄러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가사처럼 화려한 저들이 부럽지만, 내 모습을 거부하면 안 되는 거였다.

나는 프리웨이트 존에 들어갔다. 그렇게 당당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기웃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말라깽이 몸매에 개성 있는 얼굴을 탑재한 사나이가 있었다. 나는 거울을 보며 주체를 인식하였다. 또 거기에 충실하기로 했다. 개성 있는 얼굴을 넓은 어깨와 커다란 가슴에 합체시키기로 말이다. 화려한 저들이 해왔던 보이지 않는 땀에 충실하기로 말이다. 당당한 내가 되기로 말이다. 나는 용기가 생겼다.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덤벨을 들었다. 한 걸음을 내디디고 나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역시나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고 내가 무얼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열심히 운동하게 되었다.

 요즘에 얼굴이 박살 났으니 몸을 작살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는다면 아무도 너의 가치를 찾아내 주지 않는다. 노력하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자. 바꾸기 위해 한 발 더 내딛자. 피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을 멋지게 가꾸자.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나 자신을 바꿀 수는 있다.

땀방울이 영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나를 비롯한 헬린이(헬스+어린이)들이여, 파이팅이다.